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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등재 수백억 쓰고 스스로 포기‘ 반려 ’등 굴욕
- 세계유산등재 실패 예산낭비 심각...

    ▲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경북 안동) 관광객들에게 원동기 영업행위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세계유산등재 시도에 국민의 혈세가 사라지고 있다. 세계유산 심사 과정이나 경향조차 파악하지 못한채 세계유산 등재에 참가신청하여 ‘예산낭비’를 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300억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해 세계유산 등재를 시도하다가 스스로 포기 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유산 보유국은 167개국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는 총 1073건이다. 문화유산 832건, 자연유산 203건, 복합유산 35건 등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석굴암·불국사 등 3건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2건의 문화재를 세계유산에 등재시켰다. 문화유산 11건, 자연유산 1건 등이다.


    문화재 관련 시민단체,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 이후 우리 문화재의 세계유산 등재 성공 사례가 없다. 2016년 ‘한국의 서원’, 지난해 ‘한양도성’ 등을 등재하려 시도했으나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문화재를 세계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서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지 않은 유산은 세계유산 등재 신청조차 할 수 없다.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우리나라는 문화재는 문화유산 13건, 자연유산 4건 등 총 17건이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은 각각 유네스코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하 이코모스)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의 현지조사를 받게 된다. 복합유산은 두 기관이 공동으로 나선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두 자문기구의 권고사항을 고려해 조사대상 문화재의 세계유산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4가지 중 한 가지를 결정한다.


    세계유산의 심사기준은 총 10가지다.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 ▶오랜 세월 또는 일정 문화권 내에서 건축, 기념물 제작, 도시 계획, 조경 디자인과 관련해 영향을 미친 경우 ▶독보적이거나 특출한 문화적 전통 또는 문명 ▶인류 역사를 함축할 수 있는 사례 ▶빼어난 자연현상이나 지역 등이다. 최근에는 세계유산의 지역편중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심사기준이 까다로워 진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탁월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세계유산 등재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하고 있는 배경에는 세계유산의 국가·지역별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중국 등 상위 5개국이 전체 유산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협약 미가입 국가들의 협약 가입을 권유하고 세계유산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들의 잠정목록 및 등재신청서 준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엄격해진 심사기준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 2016년 도전한 ‘한국의 서원’은 ‘반려’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한 ‘한양도성’은 본격적인 심의 전 단계에서 ‘등재불가’ 판정을 받아 자진해서 신청을 철회했다.


    유네스코의 의뢰를 받아 세계유산 심사를 거친 이코모스는 심의 전 단계인 전문가 패널 심사에서 “한양도성은 진정성, 완전성, 보존관리계획 등은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세계유산인 타 도시성벽과의 비교연구에서 한양도성이 갖는 탁월성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는 등 세계유산 등재 기준에 따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전체적으로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 실패에 대해 현실적으로 등재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세계유산 등재를 시도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09년 한양도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로 결정하고 이후 예산 327억원을 투입했다. 2012년에는 전담조직인 ‘한양도성도감’, ‘한양도성연구소’ 등을 설치했다.


    최종호 교수는 “이미 우리나라에는 수원화성과 남한산성이 성곽유적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상태다”며 “이 때문에 ‘더 이상 한국에서 성곽유적을 추가적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것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는 말을 이코모스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 맥락으로 이미 안동과 경주의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이 세계유산으로 올라있기 때문에 현재 잠정목록으로 올라있는 낙안읍성, 외안마을 등의 전통마을 유적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어려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철저한 사전분석 없인 세계유산 등재 어려워” 잠정목록 등재성공 부산 사례 촉각

    지난 2016년 4월 반려 판정을 받은 ‘한국의 서원’은 영주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정읍 무성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등 9곳의 서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코모스는 당시 심사에서 서원 9곳의 연계성과 중국·일본 서원과의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았고, 서원의 주변 경관이 문화재 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반려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한국의 서원처럼 여러 개의 문화재를 하나의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것을 ‘연속유산’이라고 한다”며 “연속유산은 왜 여러 개가 하나로 묶이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서 연속유산 등재시도가 많아지는 바람에 (우리의) 연속유산 등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각 지역에서는 지자체 주도의 지역 문화재 세계유산 등재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세계유산 등재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대표적인 세계유산 등재 시도 사례로는 지난 8일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린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꼽힌다. 부산시는 임시수도대통령 관저,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 부산항 제1부두, 유엔묘지 등 8곳의 시설을 묶어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한국전쟁기 피난수도 부산의 유산’은 지난해 12월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 몇 가지 사항을 보완하는 조건으로 잠정목록 신청을 하기로 했다”며 “부산 유산의 경우 최근 세계유산목록에 20세기 이후 유산이 등재된 사례가 비교적 적다는 점이나 개발 압력이 높은 대도시에서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등재 준비과정에서도 개발압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효과적인 보존관리계획 등을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이 점을 잘 극복한다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근현대 유산이라는 의의를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자옥 부산시 도시재생과 주무관은 “현재 2025년 등재를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미 2016년과 작년에 등재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준비를 하려고 한다”며 “등재를 위해 논리를 가다듬고 자료를 추가로 수집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고 피력했다.


    등재 보다는 보존, 중앙 보다는 지역... 정부정책 패러다임 전환시급



    우리 정부의 문화재 관련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여주기식에 가까운 세계유산 등재 시도 보다는 등재 완료된 문화재의 철저한 관리를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의 허술한 관리로 인한 지정취소 가능성이 대두된 데 따른 결과다. 세계적 흐름 역시 ‘보존 중심’ 쪽으로 기울고 있다.


    문화재 관련 시민단체 및 전문가 등에 따르면 최근 이미 등재된 세계유산의 허술한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정부의 문화재 정책 또한 ‘등재’ 보다는 ‘보존’에 집중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또한 ‘중앙’ 보다는 ‘지역’ 중심으로의 전환도 강조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 목적이 당초 목적에 크게 어긋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세계유산 등재의 목적은 문화유산의 보존을 통한 민족의 자긍심 고취에 있지만 최근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다른 쪽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유산 등재 시도의 이유가 관광객 유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의 허술한 관리, 나아가 ‘지정취소’라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유산의 효과적인 관리·보존을 위해서는 정부보다는 지역주민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세계유산의 관리보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나서는 등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앙정부와 지역주민들 간의 운영과 예산에 대한 주기적인 정보교류도 필수적이다. 조영훈 공주대학교 문화재보존과학과 교수는 세계유산의 성공적인 관리·보존 사례로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문화지구를 꼽았다. 백제역사문화지구(공주·부여·익산)는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에 분포한 8곳의 역사 유적이다. 백제시대의 건축·문화·종교 유적이 높게 평가돼 지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조 교수는 “백제역사문화지구는 어느 한 지역이 아니라 공주, 부여, 익산이라는 여러 지역에 걸쳐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국내 최초의 사례다”라며 “이 지역의 봉사자들이 유적지 주위의 환경개선은 물론이고 관리 실태를 모니터링 하는 등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최초의 ‘백제세계유산센터’가 만들어진 덕분에 고용창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며 “세계문화유산의 관리·보존의 성패는 시민들의 적극성에 따라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지역주민들의 이러한 관심과 참여는 지역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며 “백제역사문화지구의 사례는 향후 타 지자체와 광역단체가 벤치마킹하기에도 충분한 훌륭한 사례다”고 부연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지난해 2분기 관람객은 56만7432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충청북도가 요구한 ‘백제역사유적지구 보존관리사업’ 예산 274억원의 47%를 삭감했다. 지역주민과 중앙정부간의 대표적인 ‘불통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화재 관리·보존에 있어 지역 주민의 역할 중요성은 반대의 사례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강조됐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세계유산 등재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사례다. 이 역시 문화재 관리·보존에 있어 지역 주민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정재호 기자(admin@kbcnews.co.kr)
    <저작권자©경북문화재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8-05-31 20:16 송고 2018-05-31 20:18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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